< 제주 = 제주프레스 편집국>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지난 28일 개최한 학술행사 ‘일제강점기 사진엽서로 읽는 지역의 기억’ 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학술 프로그램은 현재 진행 중인 제155회 특별전 ‘식민의 시선, 제주 풍경’ 과 연계해, 근대 사진엽서라는 시각 자료가 어떻게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왜곡했는지를 학술적으로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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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사진엽서로 본 지역의 기억' 포스터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엽서를 통해 본 제주의 초상”…제주기록문화연구소 고영자 소장 발표

첫 발표자로 나선 고영자 제주기록문화연구소 소장은
‘일제강점기 제주 사진엽서로 본 제주 문화의 단면’을 주제로 발표했다.

고 소장은 일본이 제작한 사진엽서 속 제주 이미지가
▲ 자연 풍광을 소비 대상으로 단순화한 점
▲ 해녀·오일장·목축 풍경 등을 ‘특이성’ 중심으로 재현한 점
▲ 지역민의 일상보다 식민지 통치 시각이 우선된 구성
등을 지적하며, “엽서는 단순한 기념물이 아니라 식민 권력의 프레임이 담긴 일종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대구·부산·인천 등 타지역 연구자들도 참여…근대 도시 이미지 비교

이어진 발표에서는 전국의 근대도시 엽서 수집 및 활용 사례가 공유됐다.대구근대역사관은 근대 도시를 재현하는 다양한 시각자료의 쓰임을 분석했고,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엽서 속 부산의 산업·항구 이미지 변화에 주목했다.

인천 관련 연구는 엽서·관광 안내서가 근대 인천의 ‘관문성’을 강조하며 국제도시 이미지를 조성한 배경을 설명했다.

발표자들은 각 도시의 엽서가 서로 다른 지역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비교하며,
“근대 시기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이도록 ‘연출’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특별 발표 “제주 해녀 백곤차, 멕시코 독립운동 참여 재조명”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의 특별 발표였다. 박 이사장은 제주 해녀 출신으로 멕시코 이주 한인 사회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한 백곤차의 삶을 새롭게 조명했다.

그는 “식민지 제주의 기록을 지역에만 가두지 않고, 세계사와 연결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해녀 이주의 역사, 여성 독립운동가의 서사까지 확장한 의미를 설명했다.

“엽서는 역사의 단순 기록물이 아니라, 시대가 남긴 프레임”

행사를 마무리하며 박찬식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진엽서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당시 권력과 사회가 지역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입니다. 이번 학술행사는 제주뿐 아니라 여러 도시의 자료를 함께 살피며 식민지 시기 지역 정체성의 형성과 재현을 비교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제155회 특별전 ‘식민의 시선, 제주 풍경’ 은 내년 1월 25일까지 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