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 제주프레스 > 선보배 기자
제주도가 빚의 늪에 빠져 삶의 터전을 잃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내밀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올해 총 493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며, 3,100여 명이 ‘새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보다 117% 증가한 규모다.
X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 개소 100일 채권소각 퍼포먼스 [제주도 제공]
이번 조치는 ‘무조건 탕감’이 아니라, 재기 가능성이 있는 채무자에게는 감면·조정,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은 법적 절차를 거쳐 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는 11월 소각 예정인 특수채권은 33억 원 규모로, 최근 3년 평균보다 15% 늘었다. 이를 통해 경제활동이 중단된 300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부채에서 벗어나 새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올해 보유 채권의 90%에 달하는 446억 원을 정부의 채무조정기구인 새출발기금에 매각해, 2,500여 명의 채무 부담을 완화했다. 또 ‘채무감면 프로그램’을 통해 14억 원을 줄여주며, 250여 곳의 사업장이 다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X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 개소 100일 행사 [제주도 제공]
빚이 사라진 자리에, 희망이 피어나다
제주도는 이날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 개소 100일을 기념해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채권소각 퍼포먼스’를 열었다. 행사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윤경 국회 민생특별보좌관, 김완근 제주시장, 오광석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부채·연체·신용불량’이라 적힌 패널을 불꽃 속에 던지며, 빚의 굴레를 태우고 새 희망을 세운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 8월 개소 이후 100일 동안 금융상담 77건, 채무조정 22건, 찾아가는 상담 4건, 금융교육 2건 등 100여 건의 사례를 처리했다. 상담센터는 맞춤형 금융컨설팅, 법률 지원, 복지 연계, 일자리 정보 제공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사회적 회생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빚'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안에는 실패의 기억, 체면의 무게, 가족의 눈물까지 함께 묻혀 있다.
그래서 채권을 ‘소각’한다는 말은 곧, 사람의 존엄을 다시 세운다는 의미다.
한때 IMF의 그늘 속에서 무너졌던 자영업자, 코로나로 일터를 잃은 운전자, 병마와 싸우다 삶이 멈췄던 채무자들, 그들이 다시 사회로 걸어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 그것이 행정이 존재해야 할 이유다.
제주금융복지상담센터의 불꽃은 단지 종이 몇 장을 태운 것이 아니다.
그 불길 속엔 “당신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면, 사람은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