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최근 마약류 의약품을 부실하게 관리한 치과의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제주시에 ‘경고’를 내렸다. 단어로만 보면 단순한 행정지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도민의 안전이 얼마나 쉽게 방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각한 경고음이 담겨 있다.

2021년 9월, 제주시 소재 A 치과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 100정을 구매해 내부에 보관했다. 그러나 석 달 뒤, 의약품이 사라졌다며 경찰과 제주시에 분실 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더 심각했다. 해당 의료기관은 마약류 취급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고, 보관 장소도 불명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관련 부서는 그 어떤 행정 조치도 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 분기별 현장 점검도 없었고, 경찰 신고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은 조용히 ‘종결’됐다.

행정은 언제부터 이렇게 ‘눈감아주는’ 방식으로 도민의 안전을 다루게 되었을까

감사위 조사에서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몰수된 마약류 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았고, 보관책임자 교체 시 필수 절차인 인계·인수 기록, 서명, 대조 절차도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업무 소홀을 넘어 의약품 관리에 대한 도민 신뢰 붕괴로 직결된다.

마약류는 관리가 곧 생명선이다.


한 알, 한 정의 유출이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제주라는 공동체 전체의 불신으로 번진다. 그런데 행정이 감시자가 아니라 방관자로 서 있다면, 그 체계는 이미 제 기능을 잃은 것이다.

감사위원회의 ‘경고’는 단순한 서류상 지적이 아니라 도민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행정의 무책임이 계속된다면, 오늘의 경고는 내일의 사고가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건 또 한 번의 경고장이 아니라, 책임 있는 변화다.
마약류 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세우고, 부실한 행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그 과정에 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감시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제주의 행정은 이제 경고를 받는 조직이 아니라, ‘도민의 신뢰를 지키는 조직’으로 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섬의 안전과 정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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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프레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