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
이재명 정부는 이를 두고 “권력이 스스로를 감시의 대상에 올려놓는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의미는 분명하다. 숨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행정은 선언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공개는 시작일 뿐, 성과를 대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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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대변인 (연합뉴스 제공)
대통령실은 생중계를 통해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겠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행정”을 말한다.
하지만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과정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 끝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다.
생중계는 행정의 용기를 증명할 수는 있어도
실력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공개가 자칫 긴장을 느슨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다.
카메라 앞에서의 회의는 실제 행정의 밀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준비된 발언과 계산된 태도만 늘어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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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많이 감시받는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말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감시는 국민의 눈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감시는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전 정부 인사들을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는 통합의 언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포용이 무능과 무책임까지 감싸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개 질타 이후 일부 공직자들이 스스로를 ‘탄압받는 피해자’처럼 포장하며,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는 장면은 이미 국민 눈에 들어와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생중계는 투명성의 상징이 아니라, 정치적 소음의 확성기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긴장해야 할 지점은 여기다.
보여주는 행정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 행정,
선의가 아니라 성과로 검증되는 정부다.
국민은 관객이 아니다.
생중계를 본 뒤 박수를 치는 존재도 아니다.
국민은 결과를 요구하는 채권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화면이 아니라
더 빠른 변화, 더 정확한 실행, 더 분명한 책임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보여주고 있다”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