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무공수훈을 근거로 승인했던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이 다시 취소 검토 대상에 오르면서, 보훈 행정의 일관성과 역사적 판단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유공자 지위를 부여해놓고, 여론과 정치적 논쟁을 이유로 이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은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동일해야 하며, 보훈 제도 역시 원칙과 기준에 기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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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연합뉴스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당시 강경 진압 작전을 지휘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여부를 검토하라고 국가보훈부에 지시했다. 이는 보훈 행정의 기준과 절차, 그리고 역사적 판단의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을 다시 불러왔다.
박진경 대령은 국가보훈부가 정한 법 절차에 따라 지난 10월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무공수훈을 받은 인물은 심의·의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현행 법률에 따라, 보훈부는 유족의 신청을 승인했고 대통령의 직인이 담긴 유공자증도 전달됐다. 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결정한 공식 행정 행위였다.
그러나 등록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제기됐고, 보훈부는 이례적으로 도민사회에 사과했다. 이후 대통령이 직접 취소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국가가 스스로 판단해 부여한 유공자 지위가 여론에 따라 번복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훈 제도는 법률과 절차에 기반해 국가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부여하는 가장 무거운 평가다. 그 무게만큼이나 결정은 신중해야 하고, 결정이 내려졌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역사는 사실 위에 세워져야 하고, 국가의 보훈은 정치적 흐름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번 사안에서 논란의 핵심은 박 대령의 공적과 4·3에서의 책임 여부가 아니라, 국가가 결정을 내린 뒤 그 기준을 다시 뒤집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하는 문제다. 무공수훈은 애초에 국가가 확인한 공적이며, 법률에 의해 심의 생략이 허용된 항목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사실’이 아니라 ‘국가의 절차적 일관성’에 있다.
역사적 논쟁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특정 시기와 정권의 감정적 판단이 보훈 제도를 좌우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보훈 행정도 그 신뢰를 보장받기 어렵다. 국가가 결정한 사실은 쉽게 지워지거나 바뀌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의 지시는 단순히 한 인물의 유공자 지위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역사와 공적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 행정이 원칙과 책임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라는 더 큰 질문을 남긴다.
제주프레스는 향후 보훈부의 검토 과정과 제도 개선 논의가 감정과 정치적 논란이 아니라,
사실, 절차, 국가적 책임이라는 원칙 위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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