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편집국 / 제주프레스
제주의 역사는 바람과 돌, 그리고 사람의 인내로 만들어졌다.
한라산을 품고 바다에 둘러싸인 이 섬은 단 한 줄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수많은 눈물과 용기가 깃든 땅이다. 역사탐방길에 나서면,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조천에서 만난 항일의 기억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이곳에는 북촌리 4·3유적지와 함께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조천만세동산에 서면 붉은 흙길 위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바람은 “그날의 함성”을 잊지 말라며 귓가를 스친다. 마을 노인회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만세 부르다 잡혀갔지. 그때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었어.”
짧은 한마디지만, 그 안에 세대와 역사를 잇는 무게가 있었다. 탐방객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기억은 아픔이지만,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이 바로 제주의 힘이다.
▣ 성읍민속마을의 시간
서귀포시 표선면의 성읍민속마을은 제주도의 ‘시간 보관소’라 불린다. 검은 현무암 돌담길 사이로, 초가 지붕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돌하르방이 묵묵히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아직도 “제주어”로 대화를 나눈다. 한 아주머니는 웃으며 “서울 사람들은 못 알아듣지?”라고 묻는다. 그러나 웃음 너머엔, 사라져 가는 언어와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성읍의 역사는 단지 ‘옛것의 보존’이 아니라, 사람과 삶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탐방객에게 이곳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역사 교실’이다.
▣ 관덕정에서 독립의 꿈을 보다
제주시 중심에 위치한 관덕정(觀德亭) 은 제주도의 대표적 유교문화 유산이자, 조선시대 관아와 무예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문화재이지만, 그 돌기둥 아래에는 무수한 청년들의 ‘조국의 꿈’이 스며 있다. 관덕정 앞마당에서 열린 항일운동 추념행사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말했다.
“이곳이 그냥 옛 건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가 독립운동의 시발점이었다니,
역사는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우리가 모른 채 살아가네요.”
그 말은 오늘날의 제주를 향한 질문처럼 들렸다.
우리가 ‘평화의 섬’이라 부르는 이곳은,
수많은 저항과 헌신의 흔적 위에 세워진 섬이다.
"기록은 힘이 되고, 진심은 결국 전해진다.”